안녕하십니까. 가끔 저녁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농담 삼아 이런 얘기 할 때 있지 않습니까? "야, 우리 나중에 은퇴하면 뭐하고 살까?" 그러면 으레 나오는 얘기가 뭐 여행이다, 귀농이다... 근데 전 요즘 들어 가슴 한 켠에 묵직하게 다가오는 로망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저도 아직 직접 그 길을 걸어보진 못했습니다. 얼마 전 친구는 1개월 여정으로 순례 여행을 갔다왔고, 여행 끝자락의 숙소에서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 영업전략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나이 먹어서 고생길 자처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 "거기 힘들다더라" 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한번쯤은 제대로 걸어보고 싶은 그런 길입니다. 이 글이, 어쩌면 저처럼 그 길 앞에서 서성이는 분들에게 작은 불씨 하나라도 지펴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스페인 순례길, 이걸 그냥 '걷기 여행'이라고만 하면 좀 섭섭합니다. 말 그대로 '순례'길이죠. 유럽 구석구석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멋진 도시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이걸 왜 걷냐고요?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깊은 역사와 종교적인 의미도 물론 있지만, 사실 요즘 걷는 사람들은 꼭 종교 때문만은 아니랍니다. 지친 마음 좀 다스려보고 싶거나, 아니면 뭐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조용히 생각 좀 정리해보고 싶은 그런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한 번쯤 이렇게 자기 자신한테 투자하는 시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걷는 것 좋아하시면, 후회 없을 겁니다. 장기 도보 여행으로는 거의 끝판왕 수준이라고 하니, 믿어볼 만하죠?
🚶♂️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걸음 걸음마다, 이건 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이 순례길 코스가 여러 개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건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마을, 생 장 피드 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라고 합니다. 이게 거리가 대충 800km 정도 됩니다. 계산해보면 짧아도 한 달, 좀 넉넉하게 걸으면 두 달은 잡아야 하는 긴 길이죠. 젊어서도 이런 거 한번 안 해봤는데, 이제 와서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인생에 한번쯤 이런 굵직한 경험 해보는 거, 근사하지 않습니까?
- 생 장 피드 포르 🏞️
- 피레네 산맥 그 험한 길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발길을 재촉하고 🌲
- 에스테야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와인 수도꼭지도 구경하고, 팜플로나 같은 큰 도시도 좀 들러보고 🍷
- 그다음은 메세타 평원이라고, 그냥 끝없이 펼쳐진 벌판인데, 여기서 진짜 생각 많이 한다고 하더군요 🌾
- 유서 깊은 부르고스, 레온 같은 도시에서는 옛날 교회나 성당 보면서 지친 다리도 좀 쉬게 하고 ⛪
- 마지막으로 스페인 북서쪽 특유의 축축한 갈리시아 숲길을 지나다 보면 🌳
- 드디어 종착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


솔직히 위에 저 화살표대로 그냥 쭉 가면 끝나는 게 아니겠죠. 가다가 보면 비 쫄딱 맞는 날도 있고, 허벅지 터질 것 같은 오르막길도 있을 겁니다. 한 여름에는 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지쳐 쓰러질 것 같기도 하겠죠.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걷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근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그 고통의 순간들이야말로 나를 돌아보는 진짜 시간이 되는 거 아닐까요? 핸드폰 들여다볼 시간도 없을 테니, 자연스럽게 오로지 나 자신하고만 대화하게 되는 겁니다. 숲길 걸을 때 그 상쾌한 공기는 또 어떻겠습니까? 이건 뭐 돈 주고도 못 사는 보약이죠. 몸은 좀 고되겠지만, 마음은 참 편안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힘들게 걸었으면 푸근하게 쉬는거죠, 알베르게!
순례길 이야기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알베르게(Albergue)'입니다. 우리말로 굳이 풀자면 '순례자 숙소' 정도 되겠죠. 이곳은 뭐 고급 호텔이나 펜션 생각하시면 큰일 납니다. 그냥 말 그대로 배낭여행자나 순례자들을 위한 간이 숙소라고 보심 됩니다. 하룻밤 자는 데 5천 원, 끽해야 만 오천 원 정도? 부담 없는 가격이 제일 큰 장점이죠.
대부분은 2층 침대 죽 늘어놓은 도미토리 형태입니다. 뭐 많게는 백 명 넘게 잘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샤워실이나 화장실, 간단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부엌 같은 건 다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뭐 시설이 좀 열악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밤새 잠 잘 곳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겁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 너무 눌러앉으면 안 되고, 하루만 딱 자고 다음 날 또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크리덴시알'이라고, 순례자 여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으니, 이거 꼭 챙겨야 한다더군요. 고된 하루 끝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공동 주방에서 대충 파스타 같은 거 만들어서 다른 순례자들하고 나눠 먹고... 옆자리 아저씨랑 와인 한잔 하면서 오늘 있었던 얘기 나누고, 이런 소박한 즐거움이 진정한 힐링이겠죠?
🗣️ 말 안 통해도 괜찮습니다, 마음은 다 통하거든요!
순례길에서 참 특별한 건, 전 세계에서 온 온갖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마 이런 분들 많을 겁니다. '아, 나 영어도 못 하는데 외국인이랑 무슨 얘기를 하겠어?' 근데 사실, 여기서 영어는 큰 문제가 아니랍니다. 다들 힘들게 걷는 건 똑같으니까요. 굳이 막 대단한 문장이 필요 있겠습니까? '하이', '헬로' 아니면 그냥 고개 끄덕이고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여기선 모든 순례자의 만국 공통 인사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엔 카미노!(Buen Camino!)"입니다. 스페인어로 '좋은 길 되세요!'라는 뜻인데, 그냥 이걸 던지면 서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어깨 한 번 툭 쳐주고 지나가는 겁니다. 이 한마디에 '힘내세요', '고생 많으시네요', '당신도 무사히 완주하세요' 같은 온갖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영화 같지 않습니까? 혼자 걷는다고 외로울 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때론 잠깐 동행하면서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국적도, 나이도, 사회생활에서의 직위 같은 거 다 내려놓고 오직 '순례자'로만 만나는 경험,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물론, 솔직히 가끔은 외로움이 확 몰려올 때도 있겠죠.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할 테고. 근데 그런 감정마저도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 길을 완주하고 나면 아마 어깨 쫙 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말이야, 스페인 그 800km 길을 두 발로 다 걸어봤어!" 이 성취감은 진짜 돈 주고도 못 살 겁니다.
👣 살면서 꼭 한번은, 이런 고생(?) 한번 해보시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이걸 단순히 고생하는 여행으로만 보면 좀 아깝습니다. 몸이야 힘들겠지만, 돌아오면 뭔가 가슴이 꽉 찬 느낌? 삶을 좀 더 넓게 보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든 나 자신을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여기서 지난 삶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얻어가기도 한다더군요.
저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삶이 너무 틀에 박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령주 말처럼, 많은 분들이 이런 특별한 경험 한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지금 뭐, 사는 게 좀 팍팍하다거나, 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거나, 아니면 그냥 막연하게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해'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잠시 하던 일 다 내려놓고 이 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분명 그 길 끝에서, 새로운 모습의 당신을 만나게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자,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좋은 길을!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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